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모여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 다.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의 비극에 희생된 여러분들에 대한 애도 의마음을 표하기 위해 많은 행사들이 취소되고 연기되는 가운데 오늘이행사 를 예정대로 강행하는 이유는 오늘 다루는 문제가 실은 세월호의 비극과 무관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위안부 문제 발생 이후 20여 년이 지나도록 위 안부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언컨대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이 해와 해결을 위한 방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위안부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 을것입니다. 그리고 한일관계는 지금 이상으로 치명타를 입게 될 것입니다.
이 모임은 그러한 인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인식의 전 환점을 마련하고자 준비한 모임입니다. 지금 한국의 지원단체와 정부는 이문 제에 관해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라고 일본에 요구하 고 있습니다. 그런데 50여 분 계시다는 위안부 할머니들 중에는, 실은 그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도 그분들의 목소리는 그동안 들려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그런 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른 목소리가 있었다면, 그동안 우리는왜그런 목소리들을 듣지 못했을까요.
그동안 들려오지 않았던 목소리들을, ‘지금 이곳’의 또다른 목소리들을 들 어보려는 이 심포지엄을 준비하면서 그러한 물음은 사실 위안부 할머니뿐 아 니라 지원단체, 심지어 학자에게도 해당되는 물음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 다. 한국은 물론 일본의 지원단체나 학자 등 관계자들에게도, 위안부 문제에 관련해 주류가 되어 있는 이해나 상식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은 생각보다자 유롭지 않았습니다. 그건 꼭 타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의에 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자의’란 실은 우리 모두가 암묵적으로 강요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위안부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그렇게 다양 한 목소리들이 들려오지 않았거나 적절한 언로가 주어지지 않아 공유되지 않 았다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풀기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우선 그런 목소리들을 듣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우리 자신의 생각을 함께 말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우리가 아는 이상으로 복잡한 문 제이고, 더구나 문제 발생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더더욱 복잡하게 꼬여버 린 문제이기에, 그러한 복잡한 문제에 관한 인식과 의견이 단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오히려 비정상적인 일이 아닐까요. 따라서 오늘의 이 자리는 너무나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다양한 목소리를 한자리에 모아, 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한 방법 자체를 고민해보려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이유로 당사자들이 연로하다는 사실을 모 두가 말합니다. 하지만 실은 연로하신 분들은 위안부 당사자들만이 아닙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신 분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오신 지원 자와 학자도 어느덧 노년에 이르신 분들입니다. 이분들은 위안부 문제가 발생 한이른 시기부터 목소리를 내고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와 행동을 통해 그 누구보다도 헌신적으로 노력해온 분들입니다. 그럼에도 목소리가 곡해되거나 망각되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논의의 중심에서 배제되었던 분들이기 도 합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이분들이 위안부 문제의 논의와 운동의 중심에 계 셨다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양상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진작에 해결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012년 겨울,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래 애써온 분들 가운데 한 분인 시미즈 스미코淸水澄子 전 참의원이 작고했습니다. 저는 그해 7월에 일본에서 이 문 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미나를 도쿄 대학에서 주최한 적이 있는데, 이 때 시미 즈 의원도 참석했습니다. 그동안 왜 일본에서 이 문제를 위한 ‘입법’이 되지 않 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그분의 이야기를 통해 이 문제에 관한 그분의 진정성 과헌신적인 노력을알수있었기 때문에 그분이 살아생전에이문제가 해결되 지않았다는 것을 가슴아프게 느끼지 않을수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안부 문제는 사실 더이상 위안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면서 관여해온 모든 이들, 이 문제로 인한 의견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상처받고 눈물 흘리고 억압받았던 다른 모든 이들의 문 제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오늘 이 자리에 이 두 분을 모신 의미는 작 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의 해결은, 위안부 할머니뿐 아니라 이 문제에 오랫동안 관여해왔던 이들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시간을 가질 예정 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오기로 약속했던 분들도 결국 이 사회에 얼굴을 드러내 는일자체, 혹은 자신의 ‘다른’ 목소리를 공중 앞에서 내는 일에 대한 두려움에 서 벗어나진 못하셨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분들을 굳이 모시지는 않기로 했습 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해야 할 일은 영상과 목소리로 준비된 그들의 ‘목소 리’를들으면서 그러한 ‘부재’의의미를 생각하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